고성군은 남북 교류와 평화 통일의 진전에 있어 중요한 길목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의 중추적 교두보인 한편, 앞으로 철도와 도로가 놓여 북한과 유럽까지 잇는 중요한 관문이 될 전망이다. 앞날이 더욱 창창하고, 기대된다. 앞서 고성은 통일전망대, DMZ박물관 같은 안보와 민족 평화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중 아픈 민족의 역사와 다가올 평화시대를 동시에 전망할 수 있는 곳, 북녘 땅을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통일전망대를 소개하고자 한다.
통일전망대는 북한과 맞닿은 특수성을 가진 장소인 만큼 사전출입신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목, 출입신고소에 먼저 들러야 한다. 출입신고서에는 개인신상과 차량정보를 기재해야 하고, 승인을 받으면 관람권 구매가 가능하다. 간략한 정보들이니, 공항 입국심사 때처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단, 종종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으니 지참하는 것이 좋고, 정확하게 해당 정보를 기재하도록 하자.
관람권을 발급받으며 차량의 입장 시간을 지정받았다. 지정된 시간이 되어야만 통일전망대로 입장할 수 있는 것이다. 입장시간을 끊는 단위는 보통 30분이다. 지정된 시간,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수많은 차량이 동행하였고, 수많은 차량이 행렬을 이뤄 두근거림이 배가 되었다. 흡사 이산가족 상봉이나 정상 회담을 위한 여정에 오르는 이들이 느끼는 감정도 이와 같지 않을까. 진입하는 길목 마지막으로 간단한 검문을 거쳐 차량출입증까지 발급받았다. 모든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평일 이른 시간, 이미 수많은 차량의 행렬이 전망대 주차장에 당도해있었다. 그곳을 찾은 이들은 어린아이부터 고령의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불문할 것이 없었다. 그곳의 무수한 인파는 내 마음 속에 세월이 흘러도 뜨겁게 타오르는 민족의 통일염원으로 비쳐졌다. 벅차오르는 가슴을 안고 한걸음씩 옮기며 통일전망대로 나아갔다. 길목의 화단에 늘어선 무궁화들은 동해 바람에 스치며 흔들렸고, 내게 환영의 손 인사를 건네는 것만 같았다.
산과 구름은 같이 희어서
구름인지 산인지 분간 못하네
구름 갇히고 산 홀로 섰으니
금강산 일만 이천 봉
송시열, 「금강산」
300년 전 금강산을 찾은 우암 송시열 선생은 위와 같은 한시로 감상을 남겼다. 전망대에 올라 금강산을 마주하자, 비로소 우암 선생의 찬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운무가 하늘과 땅의 경계를 지우며 금강산에 깔려 있었고, 지평선은 동해안과 하늘을 가르며 반듯이 그어져 있었다. 모든 것이 경이였으며, 신비 그 자체였다. 정적인 DMZ 풍경 속에 철새와 파도만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었다. 그것이 던지는 우렁찬 울음은 평화의 함성처럼 나의 가슴 깊이 꽂혀 들어왔다. 내 생에 언젠간 저 먼발치 금강산에 다다를 날이 다가오기를 고대하고 고대한다.
뭉클했던 북녘 땅의 모습을 뒤로하고 내려오며, 평화안보공원도 잠시 들렀다. 시선을 압도할 만큼 웅장하게 선 통일미륵불과 성모마리아의 모습이 단연 눈에 들어왔다. 통일미륵불의 크기는 무려 13.6m나 될 만큼 거대했다. 북쪽을 바라보고 선 이 불상은 양 손바닥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부처의 手印수인 중 하나인 시무외인이었다. 시무외인은 중생들 마음속 두려움과 근심을 막아준다는 부처가 취하는 손동작이다. 수많은 수인 중 유독 시무외인을 취한 부처가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DMZ에 앞으로 총성 없는 평화, 한반도의 무궁한 화합이 도래하길 바라는 염원은 아니었을까. 통일전망대가 앞으로 금강산전망대(舊 통일전망대)로 불리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통일전망대에 방문하면 주차장 한편에 자리한 6.25전쟁기념관도 함께 관람하기를 권한다. 미로처럼 굽이진 전시관에서는 한국전쟁의 가슴 아픈 참상을 적나라게 마주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방의 위엄과 통일 한국으로 가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도 한눈에 담아볼 수 있다. 기념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공간은 전사자 유해발굴실이었다. 전쟁터에서 산화하여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분들에 대한 아픔과 감사를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발굴된 유품을 보면 그들의 희생이 얼마나 값지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많이 남았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망대로 가는 길목, DMZ박물관을 마주할 수 있으니 꼭 한번 방문해보자. DMZ와 남북분단의 역사, 대북대남 경쟁의 역사, 평화시대로의 발걸음 등 한반도 분단이 남긴 모든 발자취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좋은 관광지이다. DMZ박물관에서 마주친 어르신의 말씀이 아직도 귀에 선하다. “사람도 60년이면 정년인데, 참…….” DMZ박물관 관련 생생한 정보는 고성군 답사기 DMZ박물관 편에서 자세히 다뤘다. 참고하여 즐거운 고성여행을 떠나보자.